대기업에 근무하는 조민기 씨(39)는 8일 오후 내내
외환은행 홈페이지를 접속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대규모 사이버 테러로 홈페이지가 제대로 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급히 돈을 이체시켜야 했던 조씨는 결국
외환은행 지점을 방문하기 위해 사무실 밖으로 나가야만 했다. 인터넷뱅킹은 수수료 없이 이체가 가능했지만 ATM(자동화기기)을 이용했기 때문에 수수료까지 지불했다.
이후 사무실로 들어오다가 조씨는 문득 이런 의문이 생겼다. 이번 사이버 테러로 혹시 내 통장 잔고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닐까.
한국 주요 사이트를 대상으로 대규모의 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이 발생한 가운데 은행 홈페이지도 7~9일 사흘간 집중적인 공격을 받고 있다.
특히 고객들은 혹시나 자신의 인터넷뱅킹 비밀번호가 노출되거나 은행 잔고에 변동이 생기는 것은 아닌지 염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그런 사태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은행 고객들이 크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는 설명이다.
권준석 신한은행 IT총괄팀장은 "이번 사이버 공격은 해킹과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며 "해당 사이트의 트래픽을 증가시켜 정상적인 서비스가 제공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지 다른 컴퓨터에 침입해 정보를 빼가려는 시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최악의 경우 폭주하는 접속자로 인해 사이트가 제대로 가동되지 못할 뿐 인터넷뱅킹 비밀번호 등이 유출되는 사태는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현재의 악성코드 공격이 새로운 변종으로 바뀌는 경우다.
권 팀장은 "이번 공격이 계속 진화하더라도 공격하는 루트를 바꾸는 것이지 성격 자체가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종 바이러스가 해킹으로 변경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개인컴퓨터에 바이러스가 저장됐을 경우에는 새로운 형태로 진화해 해킹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이를 막으려면 평소에 개인PC의 보안 상태를 직접 챙기는 방법밖에 없다.
금융위 측은 "
안철수연구소, 하우리,
이스트소프트 등 정보보호 업체에서 제공하는 최신 백신프로그램을 설치한 뒤 금융거래를 하는 게 안전하다"고 당부했다.
그렇다면 은행 홈페이지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긴급히 은행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고객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우선 사이버 공격이 주로 오후 늦은 시간에 집중되는 만큼 급전 송금이나 인출 수요가 있으면 오전이나 낮 시간에 미리 처리한다. 물론 폰뱅킹이나 ATM을 사용해 업무를 처리할 수도 있다.
인터넷뱅킹을 꼭 사용해야 하는 고객이라면 각 은행이 마련해놓은 우회 경로를 이용하면 된다. 인터넷뱅킹 서비스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를 대비해 은행들이 별도의 인터넷뱅킹 거래 전용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한은행 고객이라면 인터넷뱅킹 프로그램(ez-Plus)을 해당 홈페이지(ebook.shinhan.com)에서 내려받아 이용하면 된다.
우리은행도 백업시스템 차원에서 또 다른 인터넷뱅킹 홈페이지(pib.wooribank.com)를 운영하고 있다. 하나은행도 `hanabank.com` 또는 `www.hanabank.co.kr`를 우회 사이트로 마련했다. 국민은행도 기존 사이트에 공격이 집중될 경우 다른 사이트로 자동 접속되는 방안을 시행 중이다.
[손일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