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편지
우리 서로 스친다 해도 알아보지 못하겠지요 그러나 당신은 언제나 곁에 있었습니다 저물어 가는 초가을 오늘도 분홍빛 노을이 탑니다 향기가 없는 노을은 수많은 순간을 돌아다니며 어떤 때는 내 마음 당신이 다 가지고 동행하고서, 추억의 공간과 시선이 교차할 때마다 떨렸어요 전신을 휩싸며 달콤한 냄새가 나요 당신에게서 또한 분홍빛 기억을 들고 나와 슬그머니 손이라도 잡아 줄 거라 믿고 있습니다 어디쯤일까요, 가을은 분홍빛인데 분홍빛 가을이 한 잎씩 떨어지면은 무척 고단한 밤은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어쩌면 이런 밤과 동행이란 하고픈 말들은 입속을 맴돌며 나뭇잎같이 우수수 떨어져 이리저리 바람을 걸어가요 이렇게 술렁이는 당신에게 추억 가지끝에 옹기종기 모여 허물을 벗어요 한 시절을 익힌 어둠, 그 얼굴, 분홍빛은 정지된 시간 오늘도
보름달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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